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구요,
기혼자이자 엄마역할을 좀 빡세게 겪어야 했던
나홀로 독박육아 경험자라서
'고된육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우선, 나도 미혼일 때는
아이를 낳으면 어떨까- 라고
무척 막연하게 생각 했어요.
그리고, 굳이 장단점이 뭘까? 라고 고뇌해 볼 땐
정서/경제적인 측면을 먼저 고려했었죠.
아이가 있으면 생활비가 훨씬 많이 들겠지?
뒷바라지 하고, 이것저것 챙기는데 빡세겠지?
내 시간과 경력은 없겠지?
무조건적으로 희생해야겠지?
이정도 고민하고,
아이를 포기했었죠.
난 워낙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어요.
스물다섯살 될 때까지 매년 명절마다 봐온
사촌 동생 아이의 이름을,
난 한번도 묻지도 기억해본적도 없을 만큼
어린 아이들에게 아무 관심과 애정이 없었어요.
하지만 멍청한 여자 + 멍청한 남자 = 임신
이 공식을 살뜰히 증명하듯
남편과 나는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고야 말았어요
남편은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타입이라,
늘 2세에 대해 갈망했는데
마침 콘돔+자연주기법 피임의 실패로 생긴 아이를
하늘의 뜻이라며 낳길 청했어요.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키울테니
낳기만 해달라고, 우리 사랑의 결실인
생명을 죽이지 말자고 (천주교임)
제 치마폭에 매달려 오열했어요
하.
그때 소장님을 알았더라면.
남편이 2주가 넘도록 장담하는 말들을
'쟤는 지금 고추로 말하고 있군'하며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진짜 남편이 다 키울 줄 알고
결국 낳았습니다.
2주의 산후조리 후
집에 돌아왔어요.
아...
헬게이트가 열렸어요.
이건 살아도 사는게 아니예요.
아침 5시 반
우는 아이를 비몽사몽 안아들고
티셔츠를 올리고 수유합니다.
좀 빠는가 싶더니, 아이는 잠들어요.
졸렸나 싶어 조심히 내려놔요.
입에서 젖이 떨어지고,
체온에서 멀어진 아이는, 허전하다고 울어요.
그럼 다시 구부정한 자세로 안아올리고
다시 입에 젖을 물려요.
한 20분간 실랑이 하면, 아이가 다시 자요.
섣불리 내려두면 안돼요.
깊이 잠들때까지 안고 있다 내려놔야 해요
이러면 5시 50분 즈음이 되죠.
6시 반 전후, 아이가 또 깨요
그 짓을,
처음부터 또 해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서 배가 고픈건지,
기저귀가 문제인건지
그저 안겨있고 싶은건지
애는 계속 우는데
울고
울고
우는 소리로 집은 쩌렁쩌렁 울리고
내 머리는 자꾸 미쳐버릴것 같은데
아이는 왜 우는지 절대 말을 안 해줘요
마비되는 머리로 알아맞춰야 해요
물론, 맞추기 전까지
울음은 그치지 않아요
스무고개보다 더 어려워요
결국 안고 또 젖을 물려야 해요.
꽉 안고 젖을 물려주면, 덜 우니까요
젖병에 젖꼭지를 조립해요
아기가 울어요
분유를 두 스푼 넣어요
아기가 계속 울어요
물을 데워 80cc를 맞추고 흔들어 녹이는 사이
아기가 울어요
팔에 떨어뜨려 온도를 확인하는데
아기가 울어요
뜨거우면 찬물을 섞어야 하는데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어요
분유 한스푼 더 넣고 흔들어 녹인뒤 찬물을 40 부어요
아기가 계속 계속 울어요
농도가 다르면 설사나 변비를 할수 있어서
분유는 농도대로 타줘야 한대요
근데,
난 널 위해 분유를 타는데!
아기는 계속 울어요
자지러지게, 점점 더크게 울어요 ㅠㅠ
겨우 온도가 맞아진 분유를 들고
아기에게 혼비백산 다가가면
계속 울어댄 아기 얼굴에 고통이 가득해요
아.. 죄책감 느껴져ㅠㅠ
배고팠지, 얼르며
얼른 젖병을 물리면..
안먹어요!!!!!!!!
젖병은 싫대요
(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젖병을 절대거부 하기도함)
굶겨도 안먹고
시중 모든 젖병을 하나씩 다 사서 줘봐도 안 먹어요
미쳐버리겠어요
난 아직 젖이 차오를 타이밍도 안 됐는데..
결국 또 빈 젖을 물려요..ㅠ
빈 젖을 물다가,
안 나오니 울어요
울다가,
물다가,
울다가,
물다가,
울다가
한 시간 정도를 진을 빼면
지쳐 잠이 들어요.
자다가, 배가 여전히 고프니 다시 울며
또 빈 젖을 빨아대고
그렇게 하루에 열두번씩 스무번씩 젖을 주면
하루가 소멸돼요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머리 빗을 시간도 없어요
소변보러 화장실 갈때도 울고
대변은 아기엄마에게 사치예요
샤워는 일주일에 한번도 너무 감지덕지예요
머리를 감다가 감는 도중 아이가 울면
샴푸 거품을 그대로 올린채로 뛰쳐나와
아이를 얼러야 해요
이불에 거품이 뚝뚝 떨어지는걸 보면,
근데 닦을수조차 없어 그대로 스미는 걸 보고있으면
회의감이라는게 뭔지 온몸으로 느껴져요
그렇게 하루종일 수유 하다보면
옷 조차 거추장스러워져서
집에서는 아예 상의탈의를 하고 다녀요
난 그냥 타잔이고 원시인이예요
의식주의 '의'는 잊고 살아야 해요
못 씻고 못 먹고 못 싸요
그래도, 아기는 울어요
내 빈젖을 씹고 뜯으며
젖이 적다고 발을 굴러대며 성질내요
하루에 여덟 시간 열 시간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고
잘 때 안아 재우고
울 때 안아 달래면,
어깨가, 굽어요.
일자였던 쇄골이, 휘어요.
밥을 못 먹고..
두유로 때우고
우유로 때우면
(저같은 경우, 도우미 못 부르고 양가에서도
단 10분 정도도 아이를 못 봐주시는 형편)
내가 왜 밥도 못 먹고 살아야 하나
내가 왜 물도 한잔 못 마시고 살아야 하나
몹시 화가 나요
화나는 것도 화나는 거지만
저혈당 쇼크와
빈혈과
골다공증과
영양결핍이 와요
전쟁 고아도 아닌 내가
30살 다된 얼굴에
영양결핍으로 버짐이 피어올라요
저혈당과 수면부족으로 손 떨리고 눈 감기는데
커피 타먹을 시간이 없어서
캔커피를 30캔짜리로 3박스를 사놓고
부엌에 놓고 배고플때 마셔요
레쓰비 하루 5캔 먹으면,
근육 경직되고 손과 턱이 떨려요
근데 또 먹을수밖에 없어요
30분 있다가 아이 젖먹여야 하거든요
아이 자도 못 쉬어요
아이 내복 빨고
남편 옷 빨고
건조대에 널어놔야 내일 입거든요
물티슈랑 분유도 주문해야 해요
싸고싶을 때 제대로 못 싸서
변비에 치질에 방광염이 와도
어느 순간 초탈하게 돼요
변비 치질 2년차가 되면
똥꼬에 꽃이 펴요
버스에 자리가 많아도
앉을수가 없어서 서서 가요
신경을 짓누르는 듯 아파서 엉거주춤 해져요
수술은 꿈도 못 꿔요
아이 봐줄곳도 없거니와
수술하고 열심히 아이 안아주다가 다시 터질게 뻔하니까
호전되기만 기다리다보면
시간이 안아프게 해줘요
시간이란 놈이
그 아프던 치질도 덜해지게 해주고
과 사용으로 금간 팔꿈치 뼈도 붙게 해줘요
그냥 기다려요
사람의 몸도 소모품이구나.
그때 즈음 깨달아요
쉬가 마려워 볼일보고 싶어도
아이는 계속 울어요
아이는 1분도, 기다려주지 않아요
생에 초기에 심하게 욕구지연이 되는 경우
아이는 세상에 불신감을 가진대요. 빌어먹을 에릭슨
그럼 난 또 볼일도 못보고 애를 안아들어요
정말 못참겠는 순간에는,
8킬로가 된 백일 아이를 안고
소변을 보러 들어가고
대변을 보러 들어가요
아이가 떨어질까봐 조마조마 한손으로 꽉 안고
한손으로 팬티를 내려야 해요
벗는건 그렇다 치고
입는건 더 힘들어요
먹는것도 싸는것도 자는것도 포기하면
좀 낫나 싶었는데
그렇게 6개월을 살았더니
이제 이유식을 해먹이라네요
솔직히, 이유식 번거로워서
사먹이고 싶었어요
근데 빌어먹을!
아토피가 있어서 재료 문의하니 이유식 업체들 왈,
재료선택은 아니되니 해드시라네요
아 물론 이유식 재료 쇼핑도
전부 엄마의 몫이예요
아기띠로 애를 안고 생협에 가서
이유식 고기도 사고 시금치도 골라야 해요
돌아올때 한 팔로는 애를 안고
한 팔로 무거운 야채 봉지를 들어요
집에 도착할 즈음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있어요
밤 9시에 애가 젖을 먹고 잠들고 나면
밤 10시까지 집 청소를 해요
나도 하기 싫은데 발디딜 공간이 없어요
10시반 쯤 아이가 깨면 다시 재우는 데 1시간이 걸려요.
11시에서 열두시 즈음 아이가 잠들면
다시 나와 이유식을 해요.
새벽 3시까지 이유식을 만들고
새벽 4시까지 설거지를 해야 했어요
새벽 5시 반엔 다시 아이가 깨요
설거지를 하다 보면
눈물이 막 나요
나는 너무 지쳐서
쉬고 싶은데,
아이가 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곧 깨어날 걸 아니까.
밤에도 중간중간 아이가 깨서 울면
20분 30분씩 다시 젖을 주고 나와서 일해야 해요.
낳기만 해!
내가 키울게! 라고 했던 남편은
거실에서 이불 깔고 숙면중이예요
8시에 출근하고,
밤 11시에 집에 와요
아기 기저귀도
물티슈도
분유 한통도
집에 둘 간식이나 과일한쪽도 사와본 적 없어요
어느 늦은 밤 기저귀가 똑 떨어져서
남편 등을 떠민적이 있어요
호기롭게 다녀오겠다던 남편은
20분 후 빈손으로 와요
왜 빈손이냐니까
마트는 기저귀가 너무 비싸서 못 사겠대요
인터넷으로 사쟤요
분노해서 다시 내보냈더니,
대형 쓰는 아이 기저귀로
중형을 사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1년중 4개월은 해외로 출장.
아무 말 안했어요
먹고 사는것도 중요하니까.
1년을 그렇게 좀비처럼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신입사원들 멘토해주러
4주간 연수를 가겠대요
밥이 너무 맛있는 곳이라고
종일 굶었던 내게 말해요
시설도 너무 괜찮은 곳이라고
아이를 안고 쇼파에서 졸던 내게 말해요
쌓아왔던 억울함과 울분이,
화산처럼 터져버렸어요
나는 이렇게 죽은 좀비가 되어가는데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었는데
(그 당시 심한 하혈, 빈혈, 골다공증, 갑상선질환, 한포진, 면역이상, 자율신경장애,탈모 등 온갖 질병 앓음)
난 이렇게 산송장 되게 해놓고
니까짓 것이 다른 년놈 챙기려고 연수로 자리를 비워?
남편 짐 싸서 연수원 보내면서
이혼서류 준비해 도장 찍어 보냈어요
처음으로 남편에게 욕도 지껄였어요.
야 이 시발새끼야.
니가 낳자고 한 애 낳아서 키우는 동안
너 한거 뭐있니?
너 아이 젖병 한 번 물려봤니?
그게 아니면, 젖병 씻어라도 봤니?
아이 목욕시킬때 물이라도 받아봤니?
새벽 세 시, 이유식 하는 중에 애가 깨서 울 때,
일어나서 아이 달래고 안아준 적 있니?
넌 아빠 자격도 없어
남편도 실격이야
이혼 하고 연수원 가서 젊은 년놈들이랑, 노세요~
남편은 그 날 바로
연수 포기를 하고 왔더군요
그리고 그 날
멍청한 남편을 발로 차가며
아이 목욕시키는 법을 강제로 알려준 뒤
출산 후 정말 처음으로
아이 없이 집 문밖을 나섰습니다.
15개월.. 의 시간이 덧없이 지난 바깥 세상에는
벚꽃이 피고 지고 있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를 잊고 그 날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가,
문득 예쁜 머리띠를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모성애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성애라는 단어를 신뢰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오롯이 혼자 모든것을 해줘야 했고
나 자신을 추스릴수도,
아이를 사랑할 수도 없었어요.
내가 낳은 아이니,
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행복하게,
자신을 믿고 사랑하게 살게 하는것이
내 책임이고 의무였기에
젖을 주고, 안아 달래고
끊임없이 아이에게 말을 해야 했어요.
나는 지금도 솔직히
사랑이나 모성애의 감정이 별로 발현되지 않아요.
너무 크게 내 자신을 내줘야 했고,
너무 벅찼고, 너무 힘이 들어서였을 거예요
다만, 이제 아이와 오래 살다보니
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저 존재가 무척 안쓰럽고
또 따뜻하게, 켜켜이 정이 쌓여가네요.
커지는 아이의 발이 안쓰럽고, 기특하고,
고맙고도 서글퍼요.
난 아이가 적당한 시절에
나로부터 완벽하게 떠나길 바라요.
내 생일을 잊어도 좋고
명절도 잊어도 좋아요
부모를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
효도라는 개념
그런것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건
질좋은 햇살과 공기를 만끽하며
자기 자신을 아끼며
자기삶에 충실히 살아줬으면 해요
결혼도, 자식도, 강요하지 않을려구요
글이 너무 형편없이 길어졌네요..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현실이, 누군가에겐 사실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만 해당 되겠지만) 그렇게
충족적이고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자식을 낳는다는 것이 지극히 아프고 쓰리고
자기파괴적인 일이 될수도 있다는 것도
여자들이 스스로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단 걸.
내가 선택해야 했을 땐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이드녀들은, 현실을 미리 알고
더 많이 맘의 준비하고
더 많이 행복해 지셨음 해요
소장님 말대로
우린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많은 부모들은, 자녀와의 만남을
즐거워하고 축복으로 여겨요..
힘들지만 가치있는 일 인것도 분명합니다.
위의 글은, 협소하고 그릇작은 엄마가
유난히 민감한 아기 키우며 도움 받을 곳 없어
느꼈던 개인의 경험에 불과하니
다만 이런 패턴의 육아도 있군, 의 사례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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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낳지 않은 전세계 모든 여자들이 읽어 봐야 할 글
아무리 유료 게시판이지만
이런 글을 널리 알리는게 홍익인간 정신
돌연변이 연구소 소장도 이해해주시겠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만은 않다.
현실은 그래야만 한다. 아니면 세간의 질타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그런 척이라도 하자.
부인의 임신 소식에 회사에서 기뻐하며 축하받는 남자의 모습은
드라마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란다.
그나마 남자는 무거운 책임감에 기쁘지만은 아니한 핑계를 댈수 있지만
유독 엄마 만큼은 도망갈 길이 없다.
"아이를 잊고 그 날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가,
문득 예쁜 머리띠를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글쓴이도 그땐 그랬지라고 추억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않은 여자들이 알았으면 하고
세상이 반드시 알아줘야할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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