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25, 2014

[8월 22일] 소(심)소한 이태리번개 후기




belated 후기입니다. 

와인이라는게 꼭 마시면서 바로 노트해두면 더 좋은 감상이 나올거 같습니다. 
근데 그런거 있잖아요, 각 지역 유명한 맛집가면 막상 특별한거 못느끼다 며칠 지나고 나면 계속 생각나는거.. 그 맛이 결국 진짜인거 ㅎ
저한테는 이태리 번개가 그랬습니다.
오.... 감탄하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이질감을 선사했던 와인들
3일이 지났지만 그 캐릭터들이 여태 생생합니다.
그러고보면 이태리의 미덕은 돈안되는 수천가지 포도를 여전히 놓지 않는 고집. 와인 말고도 이태리 장인이 괜히 이태리 장인이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뇌리에 남는 'Shock and Awe 맛'  순서로 써봅니다.

첫번째로, 리터럴리 'shock and Awe' 스럽게 등장한 Ca'del Bosco Cuvee Prestige Brut Franciacorta NV. 온도가 좀 높았는지 레알 '폭발'했습니다. 무얼 그리 축하하고싶었는지 한 잔 가까이 솟아 올랐다는..ㅠㅠ 덕분에 묘하게 고조되었던 감정선들이 정리됍니다. 소화기였던듯...
여튼 참 맛있었네요. 전 갠적으로 BRUT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네랄이고 컴플렉시티고 너무 도도합니다. 그런점에서 이 스파클링 와인 참 너그럽습니다. 튀지 않는 산도와 적당한 당도의 산뜻 콤비네이션. 그러면서 버섯까진 아니지만 은근 묵직한 맛! 

두번째로
당시엔, 사과를 삼겹살에 싼듯한 교양없는 맛이라 느꼈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Paolo Bea San Valentino 2007. 이런걸 누가좋아해! 라 외쳤지만 그 자리 누군가에겐 2등 와인이었고.... 
 사람들의 뻔한 입맛에 비위 맞추지 않는 고집에 박수 한번, 뇌리를 떠나진 않는 요상한 느낌을 주는 매력에 박수 두번입니다.
뒤따라나온 SDM의 Arnaldo Caprai 2003. 사그란티노의 orange peel을 아주 성실하게 담아냅니다. 포도에서 오렌지 맛이라니...역시 적응은 안됩니다만 거부감은 덜하네요. 그래도 짱짱한 포도 타닌이 느껴집니다. 시간됐다고 쫓아내는 등쌀에 아쉬웠던....좀 더 느꼈음 했던 와인. 
사그란티노는 파인애플 올라간 하와이안 피자 처음 맛본 느낌이랄까요...어색하지만 은근 또 생각나고..

이날의 1등. Feudi di San Gregorio Piano de Montevergine Taurasi 2001 처음 마셔보는 타우라시. 와이노 형님이 귀한아이를 멀리 메릴랜드에서 값싸게 협찬해주셨습니다.  알리아니꼬 특유의 가죽냄새와 earthy함....뭔가 어정쩡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단박에 잡아줍니다. Alianico del Vulture보다는 좀 fruity한 참 정석적이면서도 밸런스도 굿굿. 결코 가볍지 않은 바디감은 구조감이라기 보다 진국이란 말이 더 어울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루티함이 더 올라옵니다. 와 맛있다 짝짝짝 하고 싶었던 와인.

이날의 남주와 여주, 바롤로 (Cicala Poderi Aldo Conterno 2006)와 발바레스코 (Falletto di Bruno Giacosa Asili, Barbaresco 2003).... budget의 압박으로 만나지 못할 운명이었지만, 결국 둘다 캐스팅에 성공! 그래서 그런가 어찌나 상황이 드라마틱하던지 자리에서 두번이나 쫓겨났네요. 

남자보다 우악스런 언니들이 있던 옆 테이블의 레즈비언 party 소음에 한번... 
그리고 거친 언니들 땜에 전체 층 폐쇄로 덩달아 두번 

훌륭한 와인을 이렇게 맞이하니 너무 아쉬웠지만 사실 기대에 못미친것도 있습니다. 먼저 시음한 발바레스코는 콜크가 살짝 이상하긴했지만 첨엔 괜찮아 보였습니다.  따르자마자 풍미와 부케가 피어오릅니다. 잔이 이상한지 음식 페어링이 안맞았는지 물비린내가 거슬렸습니다. 바롤로 때도 그랬는데 섬세한 네비올로가 참 예민하긴 한가보네요. 그런데 발바레스코가 포텐셜을 다 보이기도 전에 힘을 잃어가서 아쉬웠숩니다... 언뜻 듣기로 이유없이 제멋대로 보여주고싶을때만 웃어준다더니 오늘은 기분이 그닥이었나봅니다 ㅠㅠ 

한편 바롤로는 악조건 속에서고 담담히 제몫을 해줬습니다. 비교적 EARTHY하고 강건한 구조감으로 남성성을 보이는가하면 시간이 지나며 레드베리의 향을 내는듯하다 graphite...크레파스같은 느낌의 텍스쳐를 보여주는 군요. 클래식은 클래식입니다.

마지막으로 Vecchia Cantina Vino Nobile Montepulciano 2009. 사실 아쉽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진한 블랙프룻..블루베리를 거쳐 다크 쵸콜릿...모카로 넘어가고 화악 피어올라야하는데 모카의 힌트 쯤에서 다마셔버리고 만... 사실 와인 자체가 짱짱하다거나 spicy하지 않아서, 살살 달래서 마시는 스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두고두고 마셨다면 어땠을꺼 합니다. 이날의 임팩트 꼴등 ㅠㅠ

이날 이태리 번개를 여행에 비유하자면... 다사다난한 배낭여행이었습니다. 재밌는 놈, 이상한 놈, 맛있는 놈 다 만나보면서...에어컨 나오는 벤을 타고 브루고뉴나 오레곤(!?)을 도는 것도 좋지만 참 추억이 많네요 ㅋㅋ


* 이날 벙개는 이렇게 멋지게 시작하여


운치 있게 마무리 ㅎ



front에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인상쓰며 'Do not make any trouble'이라던 조폭 security가
rooftop 폐쇄후에 허락해준 특별한 공간.
무서운건지 감사한건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게하는 매력이 있네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