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프랑스 와인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에는 테이스팅 전반에 대한 내용이었어서 저한텐 살짝 지루한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누리님 설명이 워낙 좋았던데다 흥미 진진해서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네요. 와인을 좋아한다면서 프랑스 와인은 보르도 브르고뉴 론 밖에 몰랐던게 부끄러웠네요;; 정말 공부가 많이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사실 제가 본격적으로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프랑스 와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마셔도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전에는 병 숙성기간에 대한 개념도 없고 향을 즐길줄도 몰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위 가격 좀 나간다는 와인을 너무 어릴때 뜯어놓고 ' 프랑스와인은 비싸기만하고 떫고 어렵다' 라 느꼇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old world의 와인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없어서 못마시죠ㅎ 수업시간에 누리님이 언급하신대로, 너무 떫고 어려운 타닌이지만 막상 있다 없으면 허전하다라는 말이 아주 공감되네요. 왠지 제가 cilatro를 좋아하게된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ㅎ
이날에는 점프님이 특별히 참석하여 도네이션 하신 캘리포니아 피노를 포함 총 4가지 와인을 마셨습니다. 각 지역별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 Domaine de Courcel 1er Cru Les Rugiens Pommard 2004
처음 시작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브루고뉴 와인이었습니다. 브루고뉴 피노의 향은 floral하거나 향기롭다라는 말보다는 매혹적이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 듯 합니다. 후각이 마비될때까지 잔에 코를 박게 되고, 앞사람과 얘기를 하다가도 잔에서 슬금슬금 올라오는 향이 자꾸 쳐다보게 하거든요.
이 와인 역시 전체적으로 섬세한 구조감내에서 red berry, soil이 멋진 조화를 보입니다. 향을 깊이 들이마시면 끝에 알콜이 살짝 치고 올라오며 민트향도 납니다. 옆에서 아름씨가 시냇물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참 이런게 떼루아라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작은 잔임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르는 향이 자꾸 여길 쳐다보라 합니다.
그에 비해서 맛은.....'음...뭐지...이거 먹는게 아니고 그냥 향수인가' 싶을정도로 쌉싸름한 맛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처음에 산도가 살짝 올라오는가 싶더니 이내 떫은 타닌이 혀를 감쌉니다. 사실 떫다라기보다 매콤 쌉싸름에 더 가까웠습니다.
좀 실망스럽다라는 맛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리가 없다라는 고집이 생겨서 1시간정도 놔두고 다시 마셨습니다. 아마 다른분은 못느껴셨을 텐데, 꾀나 맛잇는 와인으로 변신해있었습니다. 노즈에서는 soil 보다는 달달한 red berry가 올라왔고, 맛에서도 red berry, orange가 훨씬 길어지면서 쌉싸름함은 끝에서 조금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2. Chateau Lagrange St Julien 2006
저번달 유럽여행 중 직접 방문하게된 와이너리로서 괜히 더 친숙하게 느껴진 와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2008년 을 테이스팅했는데요, 2008년에 비해서 2006년은 여러 요소가 조금씩 누그러져서 밸런스가 더 자리잡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노즈에서는 바닐라 및 리치 크리미한 향이 올라오다 시간이 좀 지나고나서는 달달해집니다. 2008년산에서도 느꼈지만 참 클래식한 보르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운디한 오크의 바닐라향 아래 단단한 black fruit, current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좋지만 다른 음식과 마시기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3, Pierre Amadieu Gigondas Le Pas De I'aigle Grand Reserve 2010
첫인상을 따지면 셋중에는 가장 떨어지는 와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어린 빈티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구세대라기 보다는 신세계 스러웠던 향과 맛이 있었습니다. 텍스쳐 자체는 좀 까끌까끌 한감이 있었지만 알콜이 너무 튀지는 않아 비교적 매끄러운 맛 아래의 스파이시함이 마치 제가 전날에 마신 칠레 와인과 유사하다고 느낄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스파이시함과 매끄러운 맛 중간의 달달함이 라운디하게 감싸기 시작하면서 자꾸 마시고 싶게하는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딸기와 타닌의 긴장감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프루티함이 인상적이고, 갈수록 딸기잼의 느낌이 강해집니다. 혀를 파고드는 심도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시간을 더 오래두고 마셨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는 와인입니다. 기대치 및 가격대비로는 매우 인상적인 와인이었습니다.
4. Clos Pegase Pinot Noir 2009
점프형님 덕에 캘리포니아 피노를 브루고뉴 피노와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노즈에서 red berry, cherry가 느껴지는데, 시음해보면 전반적으로 여리고 달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red berry가 더 올라오면서 달아지는 경향이 있긴한데 끝맛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브루고뉴랑 비교했을때 훨씬 단순하고 과일 외의 맛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린 탓에 바디감은 크게 안느껴졌지만 그렇다고 밋밋하거나 코어가 비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전에 궁금했던 것중에 왜 캘리 피노에선 브루고뉴에서 느낄 수 있는 노즈와 컴플렉시티가 없을까 했는데, 그만큼 피노가 떼루아를 많이 표현한다 생각하니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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