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ㅎ
뚜벅이한텐 머나먼 뉴저지지만, 동호회의 와인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네요. 하도 오래 쉬었더니 감도 무뎌지고 절필을 선언했건만, 왠지 모를 책임감에 후기 씁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읊어 볼게요.
Ceritas Pinnacle Vineyard Chardonnay 2013
요즘 동호회의 큰 사랑을 받는다는 Ceritas입니다. red는 집에서 가끔 홀짝홀짝 마시지만, 괜찮은 white는 정말 오랜만이라는... 첫인상은 돌직구 빵빵 던지는 샤도네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미드 팔렛부터 전해지는 샤도네이 특유의 뭉클폭신한 향과 질감은 청량감보다는 꽉찬 만족감을 줍니다. 뭉클폭신함이 이렇게 뙇 느껴지는것은 아이러니. 시작부터 레몬에 가까운 citrus 역시 직선적입니다. 뭐랄까요, 이맛인가 싶으면 스윽 사라지는 의뭉스러운게 없습니다. 나 레몬! 나 샤도네이! 나 맛있음! 소리치는 듯한 느낌. 짱짱한 돌직구에 '어...어 그래 너 맛있구나'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요.
모든 와인 리스트가 돌고 난 뒤, 낮은 온도로 다시 서빙된 Ceritas는 여전히 맛있습니다. 낮은 온도 떄문인지, 청량감은 더 올라간 느낌. 피니쉬의 nutty함이 아주 고소하게 느껴지도 못해 꿀물이 생각날 정도네요.
KUPE Pinot Noir 2013
모 평론가에게 99점을 받은 와인입니다. 99점이라니. 시음 뒤에 나온 결론은... 평론가들도 먹고 살려면 어쩔수 없지..라는 애잔함.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후진 와인은 아니었습니다만, 점수가 되려 이미지 깎아먹었습니다. 노즈와 첫맛은 마치 미국 오레곤같습니다. 같은 지역의 아타랑기의 마른 나뭇가지같은 느낌보다는 rosy함이 있습니다. 철분의 미네랄도 느껴지네요 . 그런데 피니쉬는 씁쓸...아직 어린와인이라 쳐도 참...씁쓸... 타닌은 센데 구조감은 그닥 안받쳐주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집니다. citrus풍의 과일향이 나면서 씁쓸함이 자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속이 빈듯한 느낌도 점점 채워집니다.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 같네요. 완성도가 좀 떨어져 그렇지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쓴 와인이 아닐까 합니다.
Chateau Canon la Gaffeliere 1994
사실 이날 먼길을 오게 만든 장본인. 작년 여름에 보르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Canon la Gaffeliere 94입니다. 드디어 마실 수 있게되는 구나 싶어 잔뜩 들떠있었는데..........corky. 아쉬움으로 따지자면 본인만하겠냐만은 함께한 분들께도 참 민망했네요;;; 사실 노즈가 걸레같아 그렇지, 맛은 나쁘지 않았다는.. 시음 적기라 할만큼의 풍성함이 있었는데 아쉽네요.
Gevrey Chambertin 1er cru Estournelles Saint Jacques 2013
망한 Canon la Gaffeliere를 대신하여 서빙된 점프형님의 넓은 아량입니다. 기대도 안한 쥬브레 샴베르땡의 등장에 분위기 후끈!
첫 노즈부터 '역시 좋다~' 의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왔는데, 전 사실 잘 못느꼈습니다. 와인 너무 오래 쉬었나 ㅠㅠ. 딸기잼 뉘앙스에 맛이 응축되있는 듯한 spicy함은 브루고뉴보다는 론같은 인상을 줬습니다. 간혹 시라를 섞는 미국 피노의 뉴월디함도 느껴지고. 2013년 답게 뚜렷히 느껴지는 어린 타닌에서 화~한 멘솔이 입안을 돕니다.
그런데, 다른분들의 감탄사가 괜한 것은 아니었는지, 30분 정도 지난 뒤로부터 장미향이 확 살아납니다. 응축된 맛이 풀어져 나오면서, 뉴월디함보다 브루고뉴의 진면목이 피어났습니다. Earthy함과 장미향. 앞에 있던 음식을 제쳐두고 와인에 집중 또 집중하게 만드는 브루고뉴의 매력. 저한테는 이날의 1등이 아니었나 싶네요.
Chateau La Mission Hout-Brion
오늘의 주인공격인 그라브의 라미쏭 오브리옹~ 첫 노즈부터 느껴지는 명백한 그라브의 피망. 과하지 않지만 무겁게 사악 깔리는 유질감이 참 좋습니다. 강렬한 vegetal함은 피망이다 못해 파의 매운맛도 느껴집니다. 피망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면서도 중후한 바디감으로 유지되는 밸런스에서 클래스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유질감은 줄어들고, vegetal함이 다양한 layer로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vegetal함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지, 퀄리티만큼은 이날 와인 중 최고였습니다. 물론, 가격도 최고ㅋ
사실 이런 와인은, 단독으로 마시기보다 스테이크와 함께하면 얼마나 좋았을까...상추에 싸먹는 느낌일까요. 그라브는 고기와 함께!
Lillian 2007
California Syrah produced and bottled in Oregon. 포도 생산지와 와인 생산지가 다른 와인입니다. 캘리와 오레곤 사이, 트럭에 실려가는 포도 박스들이 떠오릅니다. 뭔가 부자연스럽지만 아무렴 어떱니까 맛있으면 됐지. 최근에 미국에서 각광 받는 생산자라고 합니다. 시라의 강인함과 14.8도의 치는 알코올. 딱히 비하는 아니지만, 뜨뜻한게 자기전에 한잔하면 잠을 푹 잘수 있을 거 같은...사실 섬세한 묘사가 떠오르진 않네요. 이것은 시라...강한 시라... 2007년이긴한데 2013년같은 시라... 사실 생각해보면 그 개성대로 괜찮은 와인이었던거 같습니다. 오크에 의존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바디감도 받쳐주고 야성미도 있는 자연스러운 와인. 날씨좋은날 야외에서 마시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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